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미국의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에 대한 이야기다. 알프레드 히치콕, 존포드와 함께 3대 거장으로 불린, 전설이 되어버린 이 감독의 작품들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투영하고자 했던 그의 작품관과 세계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성장과정과 영화입문기
20세기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인 스탠리 큐브릭은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쳐나갔다. 보지 않았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영화 제목들도 수두룩하다. 그는 성장 과정에서 영화 관한 힌트를 얻으며 자란 것 같다. 의사였던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1928년 7월 26일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에게는 6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학교생활에 지루함을 느끼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그에게 아버지는 취미를 가지게끔 하려고 여러 취미를 접하게 했다. 제일 먼저 가르쳐 준 취미 후보가 '체스'다.
이후에도 여러 경험을 접하게 해 줬다. 그중 하나가 13살 때 그의 손에 쥐어준 카메라였다. 큐브릭은 촬영에 흥미를 느끼고 꾸준히 촬영을 이어갔다. 16살 때는 그가 촬영한 사진이 잡지에 실리고, 17세에는 수습기자로서의 활동도 했다.
잡지사에서 사진기자 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책과 영화에 푹 빠지게 된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들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처음 제작하게 되는데, 각본, 연출, 감독, 후반 작업등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내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세편의 다큐영화 '시합의 날', '나는 목사', '항해자'가 바로 그것이다. 1953년에 그의 첫 장편 공포영화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바로 '공포와 욕망'이다. 그 당시 제작비가 없었던 큐브릭은 어릴 때 아버지에게 배운 체스실력을 발휘해 체스대회에서 상금을 타고,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영화를 완성하게 된다.
각고의 노력 끝에 데뷔한 영화였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1955년 '킬러스 키스' 이후에 나온 1956년 전쟁영화 '영광의 길'로 서서히 주목을 받게 된다. 이후 1960년 그의 영화 제작사에 한 획을 그은 영화 '스파르타쿠스'가 세상에 나왔다. 흥행 성공과 평단의 호평 모두를 거머쥐었지만, 완벽주의자 스탠리 큐브릭에겐 만족스럽지 않았다.
1962년에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동명소설인 영화 '로리타'가 개봉된다. 이 영화를 본 평론가들은 양극단에 서게 된다. 극 중 주연인 험버트는 중학생으로 나오는 인물 '로리타'에게 이성적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코 녹록지 않은 설정이었지만 이 영화 덕에 각색상도 받고 흥행도 한다. 1964년에는 블랙 코미디 영화 '닥터스트레인지 러브'를 개봉했다.
1968년, 인류 역사상 최고의 영화라고 불리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선보인다. 모든 SF 영화의 교과서가 된 작품이다. 시대를 앞서간 특수효과와 시각적 요소뿐 아니라, 영화가 시사하는 '인류의 근본적인 문명과 진화, 멸망까지에 대한 일련의 이야기'를 충격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더욱 대단한 가치를 지녔다. 6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시각적인 효과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원히 촌스럽지 않을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스탠리 큐브릭에게서만 나오는 대단한 힘 같다.
1971년 시계태엽오렌지로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한다. (바로 이전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1975년 '베리린든' - 이 작품은 촛불과 햇빛 이외에 어떠한 조명도 쓰지 않은 것이 큰 특징 중 하나다.
이렇게 끝도 없이 역작들만을 만들어낸 그는 1980년 '샤이닝'이라는 희대의 걸작을 또 들고 나온다. 현대에도 여전히 샤이닝의 촬영기법을 따라 할 정도로 영화사에 기리 남을 역작이 되었다. 완벽주의 기질의 감독 탓에 7분 남짓의 장면을 완성하는데 147번의 NG가 나왔다고 한다.
1987년 개봉한 풀메탈 재킷은 전쟁 중 인간의 충동과 욕망을 다시 한번 그려냈다. 1999년 아이즈와이드셧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고, 이 작품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게 된다.
영화를 통해 그가 조명한 세상
극적인 상황과 충격적인 현실이 가득할수록 그는 인간의 억압되고 충동적인 본능을 더 강렬하게 끄집어내고 묘사한다.
영화 속 인물들의 충격적인 행동들은 어쩌면 모든 인간들이 가졌지만 잠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현실적인 스토리에 동질감을 느끼고 위로를 받거나,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내용에 무언가를 깨닫기도 한다. 아니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숭고한 이야기에 성찰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영화들은 추악하리만치 노골적으로 인간의 충동과 욕망만을 꺼내 보여준다. 그는 인간이라는 오만한 존재를 더 겸손하고 절제된 시선으로 바라보게끔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가 제작한 영화들은 극적이고 다소 충격적인 장면들이 많지만, 그러한 장면들은 오직 인간의 표정과 몸짓, 행동들을 통해 '인간'에게서만 나오는 장면들이라는 것이 이 점을 말해준다. 영화를 통해서 인간과 자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결국엔 영화 밖 넓은 세상에서 나아가기 위해 그의 영화들을 기꺼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