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생각 없이 가볍게 읽기 좋은 잡지, 그곳에 연재되는 소설 역시 자극적이고 가볍게 읽어치울 내용들일 것이다. 뒤섞인 이야기에도 그 나름의 맛이 있다. 저렴한 잡지 연재소설처럼 연출한 쿠엔틴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Pulp Fiction 펄프 픽션'을 소개하려고 한다.
주요 등장인물
빈센트 베가 (존 트라볼타 분) , 쥴스 윈필드 (새뮤얼 L. 잭슨 분)
이 둘은 청부살인 업자다. 2인 1조 환상의 짝꿍으로 지시를 받은 곳으로 가서 살인을 한다. 특히 쥴스는 성경구절을 읊고 총질을 한다. 이 영화에서 빈센트는 두목의 아내를 며칠 동안 보호하며 지루하지 않게 지내줄 임무를 받고 벌어지는 일들이 특징적이다. 쥴스는 상대방이 근거리에서 자신에게 쏜 총알이 모두 비껴간 후에 신의 은총이라고 깨닫고 갑자기 은퇴를 결심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파비안 (마리아 데 메데이로 주 분)
부치의 여자친구로 나온다. 순박하지만 어눌하고 다소 모자란 면 때문에, 부치가 신신당부한 시계를 짐가방에 챙겨 넣지 않아서 부치를 다시 한번 죽음의 위협에 빠뜨리게 된다.
부치 쿨리지 (브루스 윌리스 분)
마셜리스의 제안을 받고 경기에 참가한다. 5회 말에 쓰러지기로 했는데 상대방을 이기는 것도 모자라 죽이고 만다. 파비안과 바로 도주하려 했지만 할아버지의 유물이라 잘 챙기라 신신당부했던 시계를 놓고 온 것을 알고, 목숨을 걸고 자신의 집에 시계를 찾으러 간다.
미아 윌리스 (우마 서먼 분)
두목 마설리스의 부인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배우 출신이다. 두목의 지시를 받고 미아를 돌보러 온 빈센트와 '잭 래빗 슬림스' 레스토랑에 간다. 미아의 고집으로 트위스트 대회에 참가해 1등 상을 받는다. 헤로인이 코카인인 줄 알고 흡입하다가 죽을 뻔한 위기를 겪는다.
마셜리스 윌스 (빙 레임스 분)
금가방을 되찾고, 각종 이유로 청부살인을 시키는 영화 속 두목이다. 도주하는 부치를 쫓다가 들어온 가게에서 주인에게 치욕스러운 성범죄를 당하게 된다. 부치와 함께 잡혀 들어왔지만 기지를 발휘한 부치의 의리로 마셜리스를 구한다. 이로써 마셜리스는 부치의 도주를 눈감아준다.
펌프킨 링고 (팀 로스 분)
영화 첫 장면에 등장하는 카페에 나오는 커플 중 남자다. 강도 커플 중 한 명으로 허니버니와 함께 나름 신박한 방법으로 틀에서 벗어난 '식당' 강도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허니버니 욜란다(어맨다 플러머 분)
펌프킨 링고의 여자친구다.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하며 항상 그의 의견에 따른다. 약에 취한듯한 몽롱한 상태지만 링고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멀쩡하다.
줄거리
각각의 이야기들이 시간 순서 없이 등장한다. 첫 장면은 카페에 한 커플이 앉아있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폭력성을 최소화하려고 카페식당을 강도장소로 선택한 소심한 커플이다. 이내 강도짓을 시작하고 펌프킨은 천장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또 다른 장면이 등장한다.
이 지역의 두목 마셜리스에겐 챙겨야 할 금가방이 있다. 그의 금가방을 탈환하는 명령을 받은 빈센트 베가와 쥴스는 이 여정을 함께한다. 가방이 흘러간 집에 찾아가 일당들을 죽이는데, 이때 쥴스는 특이하게 총을 쏘기 직전 성경 속 한 구절을 읊는다.
한편, 새로운 장면이 시작된다. 빈센트 베가에게는 임무가 하나 더 있다. 마셜리스의 출장 기간 동안 그의 아내 미아가 심심하지 않도록 함께 놀아주는 것이다. 이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두목의 심기를 건드려 죽음을 맞이한 다른 부하직원을 생각하며 괜히 실수라도 할까 봐 긴장감을 가지고 미아를 찾아간다.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미아는 그를 데리고 '잭 래빗 슬림스'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자유 분방한 분위기의 실내에서는 댄스 경연대회도 열린다. 미아의 요구로 즉흥 커플댄스를 추고 1등 상을 거머쥔다. 이는 영화 속 명장면으로 꼽히기도 하는 부분이다. 이후 미아는 빈센트의 헤로인 봉투를 코카인으로 오해하고 몰래 코로 과다 흡입한다. 죽을 뻔한 미아를 빈센트는 자신의 목숨까지 달려있다 생각하며 사력을 다해 미아를 살려낸다.
장면은 다시 한번 전환된다.
마셜리스의 또 다른 주문을 받은 인물 부치. 그는 대가를 받고 마셜리스가 특정한 상대와의 복싱 경기를 하고 '5회 말'에 쓰러지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막상 경기를 시작하자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상대방을 죽이게 된다. 다음 날 도주를 결심하고 그의 연인 파비안을 제3의 장소에서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하지만 파비안은 부치가 신신당부한 금시계를 짐가방에 챙기는 것을 깜빡했다. 부치는 불같이 화를 내고, 결국 그의 목숨과 같은 금시계를 찾아오기 위해서 위험이 도사리는 그의 아파트로 다시 간다. 잠복하던 빈센트를 죽이고 무사히 도주하던 부치가 이번에는 마셜리스를 맞닥뜨리게 된다. 추격전을 하다가 다다른 가게 주인에게 제압을 당한다.
하필 동성애자 강도였던 가게 주인은 두목 마셜리스에게 치욕스러운 성폭행을 저지른다. 부치는 도망칠 수 있었는데, 잠시의 고민 끝에 마셜리스를 돕게 된다. 이에 보답하듯, 마셜리스는 부치를 놓아주기로 한다.
이제 장면은 영화 처음에 등장한 카페로 돌아온다.
이곳에는 사실 식사를 하러 온 빈센트와 쥴스도 다른 테이블에 있었다. 강도짓을 시작하며 총구를 겨누는 펌프킨. 하지만 쥴스는 펌프킨과 그 상황을 능숙하게 컨트롤한다. 쥴스가 이미 회개를 결심하고 은퇴한 시점이다. 평소라면 펌프킨에게 총을 쐈겠지만 회유와 설득으로 평화롭게 상황을 정리한다.
소품들과 댄스의 연출 의도
금가방과 금시계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지만 금가방과 금시계는 특히 상징적이다. 두목인 마셜리스에게 반드시 필요했던 금가방, 목숨을 걸고서라도 다시 찾아야 했던 할아버지의 유산인 금시계. 이 두 가지는 모두 이들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듯하다.
알 수 없는 상황에도 꼭 지키고자 했던 것이 어딘가 인간의 자존심을 닮아있다. 우리가 삶에서 지키고자 하는 우리의 가치관처럼 예측을 벗어나는 모든 상황에도 변치 않는 것을 표현해 준다.
트위스트 댄스
춤을 추기 싫다는 빈센트를 강제로 무대 위에 올리고 트위스트를 멋들어지게 추는 미아와 빈센트. 많은 이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은 명장면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왜 이 두 남녀가 트위스트를 추는 장면을 넣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순서 없이 뒤섞인 이야기 속에서도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펄프 픽션은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는 것 같다. 대부분이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지만 그럼에도 곳곳에 작은 재미들이 가득한 것이 인생이기 때문에 살아볼 만하다고, 견뎌볼 만하다고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다.